잭 웰치는 능력보다 태도를 중시했다

일 잘하지만 뺀질 金 대리,
성실하지만 실적꽝 崔 대리… 누굴 잘라?
태도 나쁜 직원은 결국 조직 파괴…
천재 먼저냐, 다수 우선이냐 결정땐
항상 회사의 상황부터 파악해야

최철규 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Q 세계상사의 15층 임원실. 핵심 임원 5명이 모인 가운데 인사위원회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모든 안건이 일사천리로 합의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두 가지 안건에 대해서만 의견이 대립됐다.

# 결정 1.

첫째, 작년에 스카우트한 김유능 이사 문제다.

" 당장 잘라야 합니다. 아니, 임원이라는 사람이 회사 카드로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부인 선물까지 사다니요. 그런 친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그대로 뒀다가는 조직 문화가 휘청거립니다." 평소 대쪽 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최원칙 전무가 목소리를 높인다.

그 러나 이실속 전무가 맞받아친다. "하지만 김유능 이사는 우리 회사로 옮긴 지 6개월 만에 담당 사업본부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높여놨어요. 그런 유능한 인재를 사소한 일로 내보내는 건 회사의 큰 손실입니다. 그냥 '주의' 정도만 주고 끝내시죠."

나결정 사장이 입술을 실룩거린다. 힘든 결정을 내릴 때 나타나는 버릇이다.

# 결정 2.

다음, 신관리 상무의 보고가 시작됐다. "요즘 영업 팀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3년간 최고의 실적을 냈던 직원 5명이 최근 줄줄이 사표를 냈습니다. 잘해봤자 특별한 보상도 없고, 똑같이 대우 받는 게 싫다고 합니다."

보고가 끝나자 마자 김차별 상무가 기다렸다는 듯이 끼어든다. "요즘은 한 명의 천재가 평범한 직원 1000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입니다. 우리 회사도 이제 핵심 인재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이 사람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우수한 친구들은 다 떠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평등 상무가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인다.

" 김차별 상무,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예요. 그런 식으로 핵심 인재만 챙기다 보면 나머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어쩌라는 얘깁니까? 분명 다수의 직원들은 사기가 떨어지고 회사의 팀워크는 약해질 겁니다. 극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하자는 말입니까? "

나 사장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역시 사장으로 산다는 건 힘들군. 특히 사람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야.'

나 사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A 한 사람은 능력이 뛰어나지만 태도가 나쁘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태도는 좋지만 능력은 떨어진다. 이 중 한 명을 해고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CEO라면 누구나 이 같은 딜레마 상황에 빠져봤을 것이다.

만약 GE의 잭 웰치(Welch) 전 회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GE는 사람을 평가할 때 두 가지 요소를 감안한다. 하나는 태도(attitude), 또 다른 하나는 능력(ability)이다. 모든 인사 평가는 이 두 가지 요소의 조합을 통해 이뤄진다.

태도와 능력이 모두 우수한 사람에겐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승진이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이들의 비율은 전체 직원의 20% 정도다. 반면 태도와 능력이 모두 떨어지는 10%에겐 차가운 해고 통지서가 날아든다.

문제는 둘 중 하나가 모자라는 직원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웰치 전 회장의 원칙은 간단하다.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겐 보직 이동을 통해서 한번 더 기회를 준다. 하지만 태도가 나쁜 직원은 해고의 수순을 밟는다. 지금 당장 성과를 낼지는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조직의 문화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여기서 말하는 태도란 '얼마나 상사의 말을 잘 따르는가' 등과 같은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느냐', '얼마나 열정을 갖고 일하느냐' 등과 같은 조직의 문화와 관련된 것이다. 다시 세계상사의 회의실로 돌아가 보자.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나머지는 관용할 수 있는 것일까? 나 사장은 한 가지를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혹시 색깔 다른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조직의 문화와 가치를 흐리거나 망치고 있지는 않는가?'

만약 '예스'라고 생각된다면 이때는 과감한 결단(해고)이 필요하다. 그대로 뒀다간 이 고양이는 쥐만 잘 잡는 게 아니라 우리 조직도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락(科落) 제도'를 도입하라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 받는 인물이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이다. 그는 사람을 평가할 때 세 가지 요소를 잣대로 삼는다. 바로 가치관(철학), 태도(품성), 능력(업무성과)이다.

그는 사람을 뽑거나 승진시킬 때 일종의 '과락(科落)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시 말해 이 세가지 요소(가치관, 태도, 능력) 중 하나라도 기준점 이하면 나머지 다른 두 가지가 아무리 출중해도 절대로 그 사람을 쓰지 않는다. 고시를 칠 때, 한 과목에서 기준점 이하면 나머지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도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컨대 가치관도 훌륭하고 능력 역시 출중한 직원이 있다. 하지만 이 직원이 평소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등 업무 태도에 문제가 있다면 이 직원이 회사에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다 줘도 해고 대상이다.

나 결정 사장도 이나모리 회장의 '과락제도'를 활용해 볼 만하다. 단 직원의 직급과 업무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과락 기준을 만드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창의적 일을 하는 연구개발 부서의 직원을 평가할 때는 태도보다는 능력에 더 높은 과락 기준을 잡아야 한다. 반대로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 부서의 직원을 평가할 땐 능력보다는 태도를 더 깐깐하게 보는 게 좋다. 김유능 이사와 같은 임원의 경우라면 당연히 일반 직원보다 높은 과락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천재냐, 다수냐

김 차별 상무는 1000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천재 한 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평등 전무는 평범한 다수를 위할 때 회사는 발전할 것이라 믿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주장 모두 일리 있는 얘기다.

천재에 투자해 성공한 대표적인 예는 바로 삼성이다. 삼성은 최고의 인재인 'S급'에 대한 무제한 투자로 유명하다.

하 지만 모든 기업이 삼성을 따라 할 수도, 또 따라 할 필요도 없다. 천재 없이도 얼마든지 회사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미라이(未來) 공업이다. 이 회사의 '평등주의'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직원 이름이 적힌 종이를 선풍기 바람에 날려 가장 이름이 멀리 날아간 직원을 승진시킨다. 그 흔한 성과급도 없다. 대신 70세 정년 보장이 있다.

"중소기업 처지에서 대기업과 핵심 인재를 놓고 경쟁할 수 없으며 절대 다수의 평범한 직원에게 집중함으로써 경영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게 이 회사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 창업주(현 상담역)의 인사 철학이다.

그렇다면 세계상사의 나 사장은 천재와 다수 중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선 세계상사의 현실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전략부터 먼저 세우고 순환제도를 도입하라

즉 회사의 업종과 전략 등에 따라 인사 정책을 다르게 가져 가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케미코란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가 인사 제도를 짤 때는 반드시 이듬해 전략부터 먼저 세운다. 케미코 내에 총 50여 개의 직무가 있는데, 이 회사의 내년도 중점 사업 전략이 '글로벌화'라고 가정하자. 이때 핵심 인재가 가장 필요한 자리는 어디일까? 당연히 해외사업부이다. 이처럼 케미코는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전에 회사의 전략부터 먼저 세운 후 천재가 필요한 직무 영역을 정의한다.

세계 상사의 나 사장 역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 회사의 영업팀은 회사 전체의 전략적 관점에서 봤을 때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영업팀에 필요한 인력은 핵심 인재인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인재인가?"

그는 또한 다음의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누가 핵심 인재인지를 사내에 공개적으로 밝힐 것인가? 만약 올해의 S급 인재가 내년에 잘 못하면 이 친구를 A급으로 강등시킬 것인가? 괜히 그랬다가 좋은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지는 않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우선 누가 핵심 인재인지는 굳이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공개적 서열화'를 통해 평범한 다수의 사기를 꺾을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S급 인재가 내년의 A급 인재로 강등될 수 있는 시스템은 과연 필요할까?

답은 '물론'이다.

나 사장은 그동안 'S급 인재가 강등되면 여기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이런 두려움을 고백하자 세계상사의 '제갈공명'으로 통하는 박현명 전무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사장님, 만약 직원들이 인사 등급이 강등된 후 회사를 떠난다면 이는 단순히 평가 등급이 떨어졌다는 섭섭함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성과 측정 방법론'에 대한 불만과 '조직 문화'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성과 측정의 방법론을 갖고 있다면, 또 조직 문화가 공정한 성과 측정과 이에 따른 평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라면, 인사 평가에 불만을 품은 핵심 인재가 조직을 떠날 위험성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 전무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사장님, 혹시 GE의 인사 정책을 한눈에 설명하는 그래프인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이 그래프는 직원을 A급 20%와 B급 70%, C급 10%로 구분하고 하위 10%는 과감하게 회사에서 내보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그래프가 주는 더욱 중요한 메시지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상위 20%와 중간 70%가 언제든 서로 '순환'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겁니다. 올해의 A급 인재가 내년의 B급이 될 수 있고 올해의 B급이 내년의 A급 인재가 될 수 있어야만 '건전한 긴장감'이 넘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나 사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뭔가 결심한 듯 말한다.

" 박 전무, 맞는 말이네. 우리도 GE의 그 제도를 도입하지. 조직의 활력을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네. 인사 제도에 있어서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많은 제도들 가운데 분명 우리 회사에 적용되는 하나의 대안(代案)은 존재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 대안을 찾는 게 사장의 몫인 것 같아."

입력 : 2008.06.13 13:21 / 수정 : 2008.06.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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